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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J로서 살아간다는 것MBTI과몰입_INTJ 2022. 9. 14. 22:29728x90반응형
Unsplash.com - Markus Winkler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한데
알 바냐..
오늘은 그냥
음..
평소에도 그랬지만,
더더욱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보려고 한다.
※ 이전에 썼던 내용들은 의식하지 않고 쓸 거라서
이전 글들을 읽으셨던 분들은,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음.
처음
고등학생 때 학교 선생님이 MBTI 응답지를 나눠 주셨고, 그 결과는 INTP였다. 당시의 나는 반항심이 많은 게으름뱅이였다. 근데 청소년기의 흔한 증상이라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한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의 속도가 빠르고 그 양이 너무 많다 보니 벅차서... '생각을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원래는 입시 미술을 공부했는데, I형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내면으로 파고드는 면이 있어서인지... 정답이 없는 고민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서, 결국 고3때 미술을 그만두고 철학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그럭저럭 잘 맞았음... 모든 교수님들과 잘 맞은 건 아니지만 내용이 흥미로워서 재밌었다.
대학생 때는 MBTI를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득 '내가 뭔가 남들과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MBTI 검사를 다시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처음으로 맞닥뜨린 INTJ.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는 계속 INTJ만 나오고 있다.
INTJ에 대한 설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너무 잘 맞아서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더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들고, 이렇게 독특해서야 사회생활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했다. 근데 INTJ 특성이기도 한 게, 건강한 케이스?라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그으래서.. '사회생활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을 0.1초 하더라도, 그 뒤에 '될대로 되라'거나 '원래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 또는 '내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겠지'라는 등... 자기합리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워낙 마이웨이라 건강한 케이스라고 칭하는 게 적절한가 모르겠다. 그냥 '우울하지 않은 케이스'라면... 정도.
INTJ ∈ 나 ... INTJ ∋ 나
30년을 넘게 살면서 아직까지 INTJ를 직접 대면한 일이 없다. 동생은 ENTJ고 남편은 ISFP다. 온라인에서 INTJ 남자와는 대화해본 적이 있긴 한데, 그냥 편했다. 비슷하면서도 나보다 더 로봇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INTJ 여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만났는데 못 알아봤을 수도?) 아무튼, 그래서 내 특징들이 INTJ의 특징일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긴 하다.
그냥 지극히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보자면,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건 서툴지만 '인간'에 대한 호기심은 많은 편이다. 사람 개개인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은 편이라, 시시콜콜한 대화(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에서 나눈 타인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잘 잊어버린다. 한때 회사를 다녔던 시절에는, 자꾸 직장 동료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까먹는 게 좀 미안해서... 일부러 사적인 대화를 꺼렸다. 미안하기는 한데 도저히 기억에 새겨지지가 않는달까...ㅋㅋ 친한 동생은 내가 자꾸 같은 질문을 했는지 어느 날 '언니 진짜 남의 일에 관심이 없네요 ㅋㅋㅋㅋㅋ'라고 하길래 '어 맞아'라고 답해줬다. 알아줘서 고마워...진심.
아무튼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길게 대화하는 걸 좀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면 좀 집중하고 길게 끌어갈 수 있는데, '밥 먹었어?'라거나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거나... 뭐랄까 일상적인 스몰토크는 길게 끌기가 힘들다.
상대: 밥 먹었어?
나: 응, 밥 먹었어.
상대: 뭐 먹었어?
나: XXX먹었어. + 너는? (사회성)
상대: 나는 오늘 OOO 식당을 갔는데, 글쎄 ~~~
나: (싫진 않은데 잡생각이 떠올라서 약간 흘려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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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오랜만이야~~~
나: 그러게, 오랜만이야. + 잘 지냈어? (사회성)
상대: 응, 잘 지냈지~ 요즘 뭐뭐를 하는데 거기 OO이 ~~~
나: (내용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데 잡생각이 떠올라서 잘 안됨)이런 느낌... 이게 그나마 남편 덕에 사회성이 좀 가미되어 의식적으로 되묻는 습관이 생긴 거지, 아무 생각 없으면 되묻지도 못한다... 그래서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한다. '날 싫어하나?' 혹은 '화가 났나?' 등등... 근데 사실은 그냥 별 생각이 없거나, 갑작스런 대화에 뚝딱거리는 경우다..
가장 편안한 순간은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인 것 같다. 예전에 여름휴가 기간에 집 옆 도서관을 갔다고 했더니, 상사가 특이하다고 말하던 기억이 남... 그리고 가장 즐거운 순간은 혼자 계획 짤 때, 게임할 때. 게임도 꼭 전략이나 퍼즐, 시뮬레이션 등 머리쓰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단순한 게임은 별로 안 좋아한다.
다행히 남편(ISFP)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 주말이나 휴일에는 각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다.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는 편이긴 한데, 내가 '손톱 뜯지 마~', '스피커 소리 조금 줄여 줘' 등등... 잔소리?로 들릴 법한 말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다. 반면 남편은 그냥 불편해도 참는 것 같다. 참는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긴 한데... 뭐 본인 편한 대로 하라고 놔둠. 근데 그렇게 혼자 참다가 갑자기 터지면 왜 갑자기 화내는지 황당하긴 하다. 누가 참으라고 했나?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은 안 나는데 INTJ의 특징 중에 '재수없다'는 표현을 봤다. 적절한 것 같다. 본인이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꽤 고집이 세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라 인정머리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건 ENTJ도 비슷하지 싶다.
INTJ나 ENTJ나... 둘 다 말할 때 감정이 별로 없어서 듣는 사람이 괜한 상처를 받거나 오해를 사기 쉽다. 나도 일단은 INTJ인지라, '감정 없는 말'을 해석한 결과가 대체 왜 부정적인 건지 모르겠다. 성선설 성악설처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마음을 깔고 사는 걸까...? 아무튼 그래서 동생(ENTJ)과 대화하는 건 한결 편하다.
'쿨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이다. 그럴만한 것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정말 거의 없는 편이라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남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 한다. 내 생각에 INTJ가 타인에 대해 기억하는 거라곤 '나에게 미친 영향' 정도인 것 같다. 세상이 온통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INTJ.
그리고 내 경우는 뒷담하는 걸 싫어한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대화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는 편이다. 좋은 이야기면 직접 말해서 칭찬해주면 될 일이고, 나쁜 이야기는 굳이... 만약 그 사람이 개선되길 바란다면 오히려 더더욱 당사자에게 직접 말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전에 한 번은 지인들이 '헛소문 때문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질까봐 걱정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런 생각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만약 직접 부딪히게 될 사이라면 그 때 가서 개선을 하든 회피를 하든 하면 될 텐데 뭐하러 일어나지도 않은, 일어날 확률도 희박한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
적다 보니 좀 인간미가 없는 느낌인데 사실이 그런 것 같다... '인간미'라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
아, 그리고 오늘도 지인이 나한테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그런 하소연스러운 이야기를 하셨는데, 듣다가 답답해서 '그 얘기를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뭐냐, 내가 어떻게 답해드려야 할 지를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차라리 본인이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라거나 그런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다. 뭐랄까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내용의 대화가 좋은 것 같다.
다른 유형들과의 관계
우선은... 이 글이 특정 유형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절대 아님을 명확히 밝혀 둔다.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INTJ의 마음 속에서는 INTJ가 0순위다. ㅋㅋㅋ INTJ와 아이들.
그냥 취향으로 따지면 E유형 중에서는 ENXX들이 좀 편했던 것 같다. ENTJ가 가장 편한데, 서로 고집도 세서... 만약 의견이 안 맞으면 서로 다다다다 거리면서 끝없이 싸울 것 같다. 그리고 ENTJ는 오지랖이 있는 편인데 그게 INTJ 입장에서는 좀 피곤하다.
ENFP도 한 명 있는데, 세상을 동화처럼 보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뭔가 맑고 깨끗한 느낌이라 단순해서 편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긍정적으로 잘 받아주는 것 같다. 그리고 워낙 맑은 느낌이라 나도 이왕이면 더 좋은 쪽으로 이야기하게 되기는...하는데... 사람들이 알까 모르겠다. XNTJ들이 좋은 쪽으로 말하는 건 거의 조언이다. 그래서 평가로 들릴 수 있다.
ENFJ도 친하다. 이쪽은 사람이 좀 부드럽고 깔끔한 느낌이 있다. 기품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가장 좋은 게 솔직하다는 점이다. '언니 정말 남의 일에 관심이 없네요 ㅋㅋㅋㅋㅋ'라고 말했던 사람이 ENFJ였다.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한다.
유형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설령 독설이 좀 있을지라도 솔직한 사람이 편하다.
불편한 경우는 음... INTJ가 눈치를 안 보긴 하는데, 눈치가 없진 않고 머리도 꽤 좋은 편이다. 그래서 상대가 머리 굴리는 느낌은 잘 느끼는 편인데, 이따금씩 '아~ 이 사람이 솔직하지 않구나'라는 느낌이 들면 좀 불편하다. 이건 I유형들이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IXXJ 유형이 그런가? 세부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솔직하지 않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아부하는 사람도 안 좋아하고 아부도 안 먹힌다. 근데 뭐... INTJ가 누구 안 좋아한다고 뭐... 그 사람에 대한 욕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안 좋아해도 잘 모를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신경을 안 쓴다. 근데 INTJ가 일반적으로 남들에 대한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라 티가 안 날듯...
남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 보니 이런 내용으로는 쓰기가 힘들다. 생각도 잘 안 난다... 차라리 특정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이면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INTJ의 그림자
자기 자신을, 스스로를 믿는 INTJ지만, 모종의 이유로 한 번 우울감에 빠지게 되면 좀 위험하다. 건강할 때 차고 흘러 넘쳤던 자신감만큼, 부정적인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우울감이 바닥을 파고들어 지하 깊숙이 들어갈 수도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각이 매우 빠르게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울의 근원은 대부분 스스로에게서 나오지 싶다. 더 나은 선택을 하지 못했다는 실패감과 좌절감, 후회 등...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잘 잊어버린다. 몹쓸 완벽주의.
다행히도 최근의 나는 우울감에 빠지는 일이 잘 없기는 하다. 어렸을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울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긴 한데, 철학 전공을 하고 나서는 언제부턴가 그런 느낌이 사라졌다.
누군가의 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 관심도 없고 잘 잊어버린다. 대체로 텍스트만 인식하다보니, 만약 객관적으로 맞는 말이면 맞다고 동조해주기도 하고, 틀린 말이면 근거를 들어 가며 잘못되었다고 정정해줄 수도 있다. 약간 AI가 대답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 싶다. 오히려 AI가 더 인간적인 시대가 올 수도...
반대로 INTJ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더 흔할 것 같다. 통계 상으로도 XNTJ의 비율이 낮은 환경이라, 이들의 무뚝뚝함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상처받고 무심하다고 느낄 것 같다. 예상은 하는데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나도 성향이 반대인 남편(ISFP) 덕에 이제는 그나마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동안 남편이랑 무지하게 많은 대화를 해야만 했다. 아직도 의식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잘 안 된다.
사회성은 부족할 지라도 속은 따뜻한 INTJ라서, 무뚝뚝한 모습을 오히려 좋아해 주면 다행이라고 느낀다. 평소에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성격만큼이나 자기객관화를 밥 먹듯 하는 INTJ들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걸 받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느끼긴 하는데 고맙다는 표현은 잘 못한다. '고맙다', '사랑한다' 그런 표현 잘 못하고, 빈말은 아예 못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츤데레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겉보기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는데, 막상 대화해 보면 사람이 좀 로봇같지만 기본적인 매너도 있고 솔직하다 보니 긍정적으로 봐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내 경우는 깊은 내면에 은근한 불안이 있는데, '내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만약 외계인일지라도 한결같이 내 곁에 남아 주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혼자인 걸 좋아하지만 완벽히 혼자가 되는 건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가까우면 부담스럽지만 부르면 닿을 거리에 있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랄까... 약간 고양이 같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좀 그런 편인 것 같다. 연애할 때부터 줄곧 화장을 하든, 안경을 끼든, 츄리닝을 입든... 어떤 모습일지라도 '나'인 건 변함 없다며 항상 반겨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그래서 결혼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꽤 길게 썼다.
한 번에 끝까지 쓰느라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더니 좀 지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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